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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원곡동 한국인은 안산의 외국인” | ||||||
| 2009 06/02 위클리경향 827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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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특구로 지정받아 ‘한국 속의 세계’로 지역발전의 에너지
“원곡동에 사는 한국인은 안산의 외국인이죠.”(이태영·신안산부동산 경영) 경기 안산시 원곡동 일대가 5월 1일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지식경제부)됐다. ‘한국의 다문화 수도’로 인정받은 셈이다. 안산에는 55개국 국적의 외국인 3만3235명(2009년 2월 28일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이 살고 있다.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5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74만여 명인 안산시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숫자다. 경기도에 흩어져 거주하는 27만7000여 명의 외국인 6명 중 1명가량이 안산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원곡동 일대에 분포하고 있다. 원곡동은 그야말로 ‘한국 속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중국동포(조선족)가 1만9683여 명, 중국인 3650명, 베트남 2000여 명, 필리핀 1381명, 인도네시아 1365명, 우즈베키스탄 695명 순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콩고, 탄자니아, 가나, 세네갈과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중미의 멕시코, 그리고 유럽의 스웨덴, 프랑스, 모로코 사람들도 들어와 산다고 한다. 그 현장을 실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안산역 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다문화마을 특구 메인스트리트인 ‘국경 없는 거리’다. 기자는 5월 18일 낮과 19일 밤에 이 거리를 찾았다. 첫 인상은 낯섦과 다양함이었다. 파키스탄 출신 두 여성은 한 과일가게에서 열대과일의 황제라는 두리안 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이 거리의 중심부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서는 초로의 중국인 남자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길가에는 TV에서나 본 이슬람 글자 간판이 널려 있었다. 한국인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몇몇 곳의 상점 주인이 한국인이었을 뿐이다. 상점 점원도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 거리는 한마디로 ‘이주민의 명동’이었다. ‘인종 박물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어울리고 있었다. 이 거리는 아시아와 한국과 연결하는 통로였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외국인 몰려와 그 통로는 문화다. 이곳의 음식점은 이국적 문화의 상징이다. 국경 없는 거리에는 외국계 음식점이 83곳, 외국인 식품점이 30곳이 있다. 안산 전역에 외국인 식당이 150여 곳이 있다. 안산 지역 외국인 음식점의 절반이 350m밖에 되지 않는 이 거리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셈이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몽골·파키스탄·태국·네팔·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 음식점이 있다. 다양한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맛볼 수 있는 ‘음식의 향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곳에서는 중국의 전핑(전병), 튀김찹쌀떡, 닭발찜, 양고기꼬치, 연변순대, 베트남의 춘권(쌈)과 반카이(강황을 넣은 쌀가루 부침개), 쌀국수, 네팔의 탄두리 치킨과 라시(요구르트), 몽골의 말고기와 양고기 등 각국 대표음식을 그 고장의 맛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바다에 접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향신료인 ‘늑맘’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한국에서 안산을 제외하고 찾기 쉽지 않다고 한다. 다른 곳의 아시아 전문식당들은 늑맘을 제거하고 음식을 조리하기 때문이다. 늑맘은 생선을 삼베 주머니에 넣고 눌러서 나온 즙을 소금에 넣고 끓여서 숙성시킨 일종의 젓갈이다. 동남아시아는 늑맘으로 거의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춘다.
사실 100만 외국인 거주시대(2008년 말 현재 등록외국인 170개국 87만4000명)를 앞둔 한국에는 외국인 밀집지역이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는 50여 개의 외국인 집단 거주 지역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구 1000명당 외국인 수를 비교하면 안산시는 83.3명이다. 서울 영등포구가 86.8명, 금천구가 72.5명, 부산 강서구가 71.0명, 전남 영암군이 68.4명이다. 영등포구와 인천엔 중국인, 서울 혜화동과 경기 화성시에 필리핀과 베트남인이, 서울 동대문 주변에 러시아인, 창신동에 네팔인, 광희동에 몽골인, 용산에 캐나다와 일본인, 강남에 미국인, 서초구에 프랑스인, 가리봉동에 중국 동포(조선족)가 집단거주 하는 등 국적별 거주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개별 국가문화가 지배한다. 안산과 달리 ‘다문화’가 공존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다문화의 상징인 다양한 음식문화가 안산시에 형성된 데는 수도권 최대 국가공단 중 하나인 시화·반월공단의 부침과 관계가 깊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1990년대 3D업종이 밀집되어 있던 시화·반월국가공단에서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2000년대 산업연수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원곡동이 외국인 거주 밀집 지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열악한 생활환경과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역군’의 역할을 맡았다. 외국인들은 취업비자로 들어와 주로 소규모 공장지대나 전·월세금 등 생활비가 저렴하게 드는 곳에 몰리면서 외국인들이 안산에 터를 잡은 것이다. 휴대전화 가게 눈에 띄게 많아 뿐만 아니라 열대과일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두리안은 물론 커다란 무 모양의 중동호박 등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쁜 경기 탓인지 진열된 과일과 야채는 싱싱해 보이지 않았고 거리도 생각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그 이유를 신안산부동산 이태영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토·일요일에 한번 와보라”고 말하면서 “전국에서 몰려드는 외국인이 길 거리에 넘쳐서 어깨를 부딪치면서 걸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중에는 공장 기숙사에서 기거하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많아 평일에는 늘 조용한 편”이라면서 “최근에 독특한 외국 본토 음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인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꼬치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부인이 연변 출신임)은 “경제 위기가 오기 전 주말엔 자리가 없어서 찾아온 손님을 되돌려 보내야 할 지경이었다”면서 “지금은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연변순대를 파는 한 노점상 역시 “20일째 국경 없는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나빠서 그런지 매상이 신통치 않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거리에서 다문화의 또 다른 상징은 ‘멀티숍’(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파는 상점)이다. 그러나 운동화, 스니커즈, 옷, 구두 등 세분화된 현대적 의미의 멀티숍은 아니다.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 번성하고 있다. 신발과 휴대전화, 국제전화카드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기본적으로 자본력 부족이 만들어낸 현상이긴 하지만 언어적 문제도 일조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멀티숍이나 숍인숍(상점 속의 상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네팔의 어속쿠씨는 “설령 조금 비싸더라도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고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면서 “한국어를 못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전화 가게가 눈에 많이 띄었다. 박씨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산 휴대전화는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이라면서 “국경 없는 거리에만 휴대전화 점포가 무려 1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째 부동산소개소를 운영하는 이태영씨는 “이곳은 원래 민간주택 단지였는데 휴대전화 가게가 들어오고 난 뒤 외국인들이 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면서 “지금도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휴대전화와 식품”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혐오증은 찾아볼 수 없어 언어적 문제는 다문화의 상징이 된 국경 없는 거리에도 상권을 국가별로 세분화시키고 있다. 국경 없는 거리의 한 가운데에 있는 만남의 광장을 중심으로 안산역 광장 쪽으로는 동남아시아계가, 반대편 쪽으로 중국계가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상권지역에서는 간혹 중국동포나 중국인이 쇼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중국 상권 지역에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흥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안산의 외국인 주거 밀집 지역인 원곡동에도 없는 것이 있다. 국경 없는 거리 인근에 원곡초등학교와 원곡중학교가 있지만 학원은 없다. 외국인주민센터의 이선희씨(문화담당)는 “단기간 체류하는 단순기능 인력에 집중된 구조가 가장 큰 이유”라면서 “독신 외국인이 많은 이곳에서 학원을 운영하면 타산이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산시 등록외국인 중에서 가족을 동반해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불과 2665명, 결혼 이민자는 4058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직 취업자 수는 이보다 더 적다. 536명에 불과하다. 지역공동체의 일원인 한국인들은 외국인의 직업 분포나 문화 수준에 관대하지 않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안산시민은 “공장지대다 보니 아무래도 고급 인력이 수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인과 이주외국인 사이의 문화 격차와 괴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도 물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결국 한국인의 문화 수준을 격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제노포비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국인 모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쓰레기 처리 문제 등으로 눈살을 찌푸린 일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김태영씨는 “외국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외국인 범죄가 언론에 부각된 측면이 있다”면서 “실제 범죄는 비율상으로도 한국인보다 적다는 것은 이곳에 사는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국가다. 거주국민의 2%가 외국인이다. 또 국제결혼 비율이 10%를 넘고 있다. 2007년 한국에서 결혼한 이들의 수는 34만5592쌍에 이른다. 이들 중 3만8491쌍은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국제결혼이다. 다문화가 하나의 브랜드인 세상에 살고 있다. 세계적 도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관용의 문화가 곧 다문화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국가 발전의 모티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원 안산시장 역시 “다문화가 경쟁력”이라며 “안산을 다문화 대표도시로 발전시킴으로써 지역경제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불과 350m의 국경 없는 거리에도 다문화의 명암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다문화의 단점보다 장점을 살려서 지역 발전의 에너지로 활용할 것인지 하는 안산의 실험은 이제 시작된 셈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