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신부 '몽골댁'

[이사람] 결혼이주 떠르지 재벤씨

남편실직 ·시아버지 병수발 등 힘든 사정 불구

복지재단 상금 성금기부·통역 자원봉사도 열성

 

"한국에서 사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갚아야죠"

 

남편의 실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결혼이주여성이 사회복지재단에서 받은 상금을 기부해 세밑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 대홍리에 사는 몽골출신 이주여성 떠르지재밴(38)씨는 지난 24일 천안시를 방문,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만원을 맡겼다.

이 돈은 그가 지난달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제21회 아산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이다. 떠르지재밴씨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도움을 받았고 하루하루가 행복했다"며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어려운 처지의 이웃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성금을 내 놓았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교육대와 대학원을 졸업, 초등학교와 고교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2002년 남편 이모(53)씨를 만나 결혼한 뒤 한국에 정착했다.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한국에서 두 딸을 낳은 그는 한국생활이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과 시댁식구의 사랑을 받으며 코리안드림에 젖어있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악재가 줄을 이었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으면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나이 때문에 남편은 일자리를 쉽게 찾지 못했다. 커가는 5살과 6살짜리 두딸의 유치원비 내기도 버거웠다. 생활고에 취직자리가 나오길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남편은 서울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동생 일을 도와주며 생활비를 보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3월 홀로 사시는 시아버지(77)마저 뇌졸중으로 자리에 누우면서 그의 두 어깨에 올려진 짐은 더욱 무거워 졌다. 그는 뇌졸증으로 세 번째 쓰러진 시아버지의 병수발을 힘든 내색 없이 혼자 해냈다.

병수발과 두 딸을 챙기기도 쉽지 않았지만 버팀목이 되어 준 남편과 두 딸을 믿고 마을의 궂은 일까지 도맡았다. 2005년부터 몽골어 통역 자원봉사에 나서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몽골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천안시, 경찰서와 관련, 어려운 문제에 부딪힌 몽골인을 위한 통역사 역할을 하고 있다. 1년이면 20∼30건의 무료 통역을 해줘 고국의 이주여성과 취업자들에게 맏언니로 불리고 있다.

천안시는 한국며느리보다 시부모에게 극진한 그에게 2007년 효부상을 시상했다. 연말에는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에도 이주여성 대표로 초청을 받았다. 떠르지재밴씨의 선행에는 친정엄마의 영향이 컸다.

3년 전 암으로 돌아가셨지만 생전의 어머니는 항상 이웃을 도와주는 모습을 그를 포함한 5남매에게 보여줬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타게 돼 행복하다"며"적은 돈이지만 생활이 어려운 이주여성과 이웃을 위해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912/h2009122821172074990.htm 한국일보 2009.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