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의 原罪
차이나 프라이스 / 알렉산드라 하니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문화일보 2008-10-10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납 꽃게, 기생충 알 김치, 멜라민 사태…. 중국산 먹을거리의 파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만이 아니라 유해성 물질이 첨가된 화장품, 유독성분이 든 치약 등 공산품에서도 중국산의 ‘악명’은 자자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생활에서 중국산을 완전히 쫓아낼 수는 없다. 오히려 중국 상품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높아만 간다. 왜 그럴까.

중국산의 가격이 턱없이 싸기 때문이다. 국내산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격차가 크다 보니 울며겨자먹기로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산은 왜 이다지도 싼 것일까. 인건비가 싸니까 그렇지 않으냐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오겠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책은, 이처럼 터무니없이 싼 중국 상품의 가격을 ‘차이나 프라이스(China Price)’, 즉 ‘중국 가격’으로 명명한다.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이 같은 ‘중국 가격’의 이면을 파고들어, 그처럼 싼 가격이 형성되기까지 어떤 산업·노동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치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이 각 장마다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들의 삶의 궤적을 쫓는다. 아울러 그와 맞물려 있는 중국 노동현장의 문제점들을 샅샅이 파고든다. 한마디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중 한 대목.

“중국에서 제조업이 활기를 띠며 번성했지만 사람들의 건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전역에는 ‘암(癌) 마을’이 수도 없이 많다. 남자들이 유독한 물질을 다루는 일을 하던 끝에 사망한 이런 마을에서 여자들은 사지 기형 및 기타 장애를 가진 아기들을 낳았다. 장시(江西)성의 샹산마을은 한때 금광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빚에 쪼들리면서 살고 있다. 광산에서 일하던 사람들 가운데 수백 명이 진폐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과부 마을’이 생겨난 데는 환경오염 탓도 있지만, 직업병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중국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은 처참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소모시킨다. 이들의 피와 살을 바탕으로 ‘중국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도시로 향할 수밖에 없다. 농촌에선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돈 벌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농공·農工)들은 심지어 하루 12∼13시간씩, 주당 80∼90시간씩 일한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잔업을 포함해 월 204시간 이상 일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제조업 분야 주당 노동시간은 2006년 4분기에 41.1시간이었다. 또한 중국에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선진국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할 때 형편없이 낮다. 2002년에 중국 생산직 노동자는 시간당 평균 0.57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선진국 생산직 노동자 임금의 3%에 불과한 액수였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서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주가 일어났다. 현재 도시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대략 1억2000만명에서 2억명 정도다. 광둥(廣東)성에만 1700만명에서 400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산다.

이들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과 외국 자본의 결합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비결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통계에 따르면 1990년에 중국은 35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2005년에는 그 금액이 720억달러로 치솟았다. 2002년과 2005년 사이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만도 총 2392억8000만 달러나 된다.

하지만 중국의 노동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993년 중국에서 발생한 일반 노동자들의 저항은 8706건이었다. 하지만 2005년엔 무려 8만7000건으로 10배 가량 증가했다. 1980년대 농촌을 벗어난 이주노동자 1세대에 비해 2000년대의 2세대 이주노동자들은 노동법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초과노동이 많고 작업환경이 위험한 일자리를 기피하면서 월급도 많고 작업시간이 짧은 일자리만을 찾는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컴퓨터나 영어 회화를 배우는 등 자기계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작업장의 위험 요소들을 미리 제거하면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고,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노동쟁의 발생 건수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노동기준 및 환경기준을 진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면 외국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차츰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법 집행이 강력해지면 지방정부의 공무원과 업체들의 관계 역시 위협받게 된다. 공무원들이 투자자들을 단속하기 시작할 때 갑작스럽게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상승하는 임금과 원자재 가격, 더욱 커지는 노동조합의 압력, 더욱 높아지는 소송 위험, 줄어드는 수익률과 노동자, 품질과 안전에 시비를 거는 외부 압력 등 만만찮은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집약적 제품의 생산지로서 중국이 누려온 유리한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의) 책임은 중국 정부에 있지만 이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책임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있다”며 “우리가 30달러짜리 DVD 플레이어와 3달러짜리 티셔츠를 원하는 한, 중국의 보석공장에는 여전히 먼지가 가득 차 있을 것이고, 불법 탄광은 계속 생겨날 것이며, 열여섯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노동자가 자정이 넘도록 공장에서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터무니없이 싼 제품을 요구하는 한 우리 모두가 ‘중국 가격’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번기자zero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