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여, 골목들이여

 

어깨를 맞댄 처마들은

그 자리에서 늙어 가고

조막만한 어린 아이들만 뛰어노는 골목

햇빛도 잘 들지 않아

언제나 어두침침해서인지

길 이름도 없다

 

큰 곳으로

넓은 세계로 나올 만도 하건만

집착인지 아집인지

이름 없이 살아가는 골목

 

가끔은

휘파람을 불어보기도 하지만

오직 외로움을 달랠 뿐

춤을 추려 하지 않는다

 

조금만 걸어 나오면

그렇게 광활한 세계가 있건만

창문 틈새로 기어 들어오는

허름한 달빛에 의존하여

늘 웅크려 잠을 잔다

 

오래 돼 낡은 처마 하나 품고

어두움의 세계에 갇혀

용하게 살아 온 골목

어찌 침침한 세계만 있으랴

 

골목이여, 골목들이여

창조주의 빛을 따라

꿈틀거리며 일어나자

 

그림자가 슬금슬금 쫓아올지라도

걷다가 넘어져 무르팍이 깨어질지라도

또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걸어가자

조물주가 허락하신 광활한 세계를 향해...


박용덕목사[남가주빛내리교회 담임, 시인, 오렌지카운티교회협의회 회장]